‘ADHD’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아마도 학교 수업 시간에 교실을 뛰어다니는 남자아이의 모습일 것이다. 이에 비해 ‘성인 ADHD’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회의 시간에 홀로 공상에 빠지고 중요한 미팅을 깜빡하고, 흡연‧음주 욕구에 매번 굴복하는 성인 ADHD 환자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성인 ADHD의 증상은 아동 ADHD와 다른 모습으로 발현된다. 여기에 더해 개인 특성으로 이해되기 쉬워 당사자조차 질환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발병률은 약 4%다. 한국에서도
안타깝게도 불안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두뇌는 이성보다 본능을 따르기 때문이다. 불안한 감정은 즉각적으로 공포와 관련한 두뇌 부위인 편도체를 자극한다. 여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부정적인 상상이 보태지면, 급기야 최악의 상황을 마치 현실처럼 인식하게 하는 괴물로 돌변한다. 호흡곤란과 떨림‧두통‧어지러움, 가슴 답답함 등을 동반하는 공황장애가 바로 그것이다.살면서 누구나 안고 가는 감정이 ‘불안’이다. 욕망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인간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억지로 싸워 이기려들기보다
이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는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세 번째 한국인과 동행한 저자의 체험 기록이자, 삶과 죽음을 다룬 철학 에세이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어느 날 한 독자로부터 스위스 조력사 동행 제안을 받는다. 본인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책에는 죽음 여행을 떠나기 전, 죽음과 삶을 성찰하며 두 사람이 나눈 깊은 인문적 대화와, 죽어야 하는 사람과 그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사람의 공포와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환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동안 저자 본인의
어느 날 뇌 혈관이 갑자기 터지거나 막히면 정상적인 혈류가 멈춘다. 그렇게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뇌 조직은 손상된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 마비가 되거나 의식장애 등이 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 질병은 뇌졸중이라 통칭하는 질병으로 뇌출혈‧뇌경색‧거미막밑출혈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질병들은 대개 갑자기 발병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뇌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생명을 구했다 하더라도 뇌조직이 손상되면 운동마비나 감각 장애, 언어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아 일상생
이 책 《당신의 특별한 우울》의 독특한 점은 삶을 회고하는 방식이 ‘상담’을 통해서라는 점이다. 내담자로서 자신이 받았던 상담,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행했던 상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다른 관점의 상담이 과거와 현재, 의사와 환자 사이를 오가며 진행된다. 저자는 어느 순간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차마 의사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환자가 된다. 또 다른 어느 순간에는 환자들의 그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도 한다. 그는 환자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조심스럽게 넘나들며, 자기 자신과 환자를 치유하는 데 경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은 TV 방송을 보거나 유튜브 동영상, 포털사이트에서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다. 하지만, 과연 어느 것이 옳은 치료 방법인지 혼란스러워하거나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환자 대부분은 어떤 치료법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 판단할 수 없다. 또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도 없어 정말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또는 어떤 수술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지 잘 모르고 헤매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은 후에 후회하고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외래 진료를 보면서 부적절한 수술을 받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겨 찾아온 환자
살인‧강간, 무차별 폭행 등 강력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범인, 조현병으로 밝혀져…’라는 헤드라인을 단 신문 기사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조현병’ 얘기를 꺼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무섭다.”이다. “무섭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병 자체에 느끼는 공포심과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그것이다.조현병은 정말 그토록 무서운 병일까?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대개는 조현병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그래서 그 병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것은 알기 싫다’ 자세로 넘기거나), 언론에서 보여주는
이 책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의 부제는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젠더‧성의 재활과 정치’다. 부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와 질병이 있는 몸의 현존을 부정하고, 반드시 재활하고 극복해야 할 ‘치유’의 대상으로 여기며 폭력적으로 서사화해 온 한국의 역사‧정책‧제도‧문화텍스트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책은 근현대 한국에서 장애를 다룬 소설‧영화‧신문기사‧정책문건, 활동가의 글 등을 텍스트 삼아 치유’를 명분으로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과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을 들여다보고 사회‧정치적 맥락 안에서 분석한다. 장애와 질병에
록밴드 의 보컬 이성우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많은 사람처럼 그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얻었다. 먼저 공연이 줄었다. 한 달에 수십 번씩 마음껏 뛰어놀던, 놀이터 같았던 공연장에 가는 일도 한 달에 한 번이 될까 말까였다. 당연히 수입도 줄었다. 자신도 힘든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불확실한 오늘과 내일, 거기에 억눌린 욕구들까지 더해져 걱정과 스트레스라는 괴물이 계속 꿈틀거리다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고 말한다.우리는 흔히 록커라고 하면, 매사 대범하고 자기주장이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질병에 걸리면 죽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의학 발달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대폭 늘었고, 급성 전염병의 시대에서 만성질환과 퇴행성질환 시대로 구조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 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지원하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료가 주목받으면서 의료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챗봇‧게임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일상생활 속에서 질병치료와 관리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크게 주목받으며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ADHD는 뇌의 전전두엽 발달이 늦어지면서 뇌가 관장하는 다양한 실행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상에서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최근 몇 년 새 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개 ‘ADHD’라고 하면 TV 속 육아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처럼 목소리와 행동이 크고 산만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말썽쟁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부주의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조용한 ADHD’도 존재하는 등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ADHD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천의 얼굴을 지닌 질환’으로 불리는 이유다.실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는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그런 다음 다시 의견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단편적인 논쟁을 피할 수 있다. ‘이는 너 자체와 무관하다’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가 만일 나의 말에 반격을 가하고, 자신의 주관을 고집한다면 ‘소통에는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기억하는 게 좋다. 상대의 생각을 돌려놓기 가장 어려울 때가 바로 당장 의견 충돌이 발생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기지를 발휘해 문제 해결 방법부터 생각해야 한다.심리학은 생각을 바꾸고 세상까지 바꾸는 마
책 제목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육아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자주 떠올리는 질문이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매번 고민한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고군분투하는 육아 현실에서는 적절하게 말하기가 더 어렵다. 당장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울고불고 떼쓰면 아무리 나이 든 어른이어도 당황하고, 화와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이때 순간의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면 후회가 남는다. 사랑하는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바라는 진심은 여전하기에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는 육아에서 최대 관심사이다.국민 육아멘토 오은영 박사는 이렇게 매번
“수면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를 위한….”“암을 예방하는….”“면역력을 강화하는….”건강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는 각종 정보다. 우리는 먹을 음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도움이 된다는 각종 영양제를 살펴 구입하지만 사실은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에 휩쓸려 수동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이러한 과장된 정보에는 허위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어떤 영양소나 음식을 소개한 뒤 홈쇼핑에서 다시 그 제품을 파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과학은 점진적이고 매우 작은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
‘디지털 치료제’의 역할은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본래 목적은 의료 사각지대를 비춰 저렴한 비용으로 모두가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외출이 어려운 ADHD 환자와 고령자, 알츠하이머 환자까지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저자 김선현 교수는 현재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메타버스의 영역이 치료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 현실에서 환자들과 대면하고 있다. 가상 현실에서는 감염 우려가 없다. 대장암 환자는 장
“왜 우리는 늙는가?” “어떻게 노화를 끝장낼 것인가?”2006년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 한 논문이 발표됐다.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란 장수 물질이 노화에 미치는 효과를 최초로 살펴본 논문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중요한 발견이었지만 세상의 반응은 그보다 훨씬 폭발적이었다. 이 논문은 그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주요 언론뿐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가 그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연구진 모두 TV에 출연하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연구실 책임자는 해외로 피신했다. 이 논문으로 인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을 탄생시킨 김지용의 첫 단독 저서다. 그는 그동안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를 책에 털어놓았다. 그동안 많은 정신과 의사가 책을 냈고,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분명 성과도 있었다. 저자는 아직도 굳건히 남아 있는 정신과의 높은 문턱을 더 낮추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기존 정신과 의사의 책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 풍경을 관찰자 입장에서 해석하거나 삶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산꼭대기의 현자’ 같은 자세를 취했다면, 이 책에는 ‘정신과
당신의 기억 속 성교육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라. 2차 성징, 정자와 난자의 만남, ‘낙태’의 위험, 즐거움과 기쁨보다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걱정을 심어 주는 용어와 이미지들….생식기 구조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배웠다. 하지만 동의‧경계‧존중‧쾌락‧권리를 말할 자리는 없었다. 이성애자와 비장애인이 아닌 존재의 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때, 아동‧청소년기 일부에 경험한 것이 전부다. 아직 너무 이르다는 이유로, 입시 공부에 밀려, 성인이 됐으니 당연히 알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제 때문에 성교육은 여전
우리나라에는 대략 263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스무 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장애인이라고 보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인구도 전체 인구의 약 5%다. 그런데 왜 길을 가다 보면 초등학생은 보여도 장애인은 좀처럼 보이지 않을까? 사회생활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가운데 약 99%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2020년 장애실태조사)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생활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장애인권의 중
고려대안암병원 젠더클리닉 황나현(성형외과) 교수가 최근 단행본 《차별 없는 병원》을 대표 저자로 발간했다.《차별 없는 병원》은 국내 최초로 성소수자 의료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다.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에서 기획하고 의사‧활동가‧연구자 등 14명의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이 책에서 황나현 교수는 강동성심병원 김결희 교수와 함께 ‘트랜스젠더의 성확정수술’ 장을 맡아 집필했다. 성소수자 차별은 사회만이 아니라 병원에도 있다. 때로 실수와 무지 때문에, 때로는 내면화된 혐오 감정 때문에 수많은 성소수자가 의료인으로부터 차별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