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괴담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며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혹시 원한 깊은 혼령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소심한 A형을 한탄하며 성격 좋은 O형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연인과 별자리 궁합이 좋지 않아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밀레니엄 종말이 온다며 컴퓨터의 전원을 빼놓고 제발 종말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는 가끔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당신은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자만하지 마시라. 우리 모두 이상한 믿음에 취약한 뇌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2012년 7월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한 극장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망자 중 세 청년은 쏟아지는 총탄을 몸으로 막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어느 쪽이 인간의 참모습일까? 무자비한 학살을 저지른 괴한일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청년들일까? 어느 쪽이 인간 사회의 본질일까? 폭력과 증오‧이기심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상일까, 협력과 사랑, 이타심과 헌신이 이끄는 세상일까?이 책은 예일대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교수이자 인간본성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영국의 공업도시 스컨소프에서 태어나 금욕적이고 독실한 부모 아래서 성장했다. 세상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능력을 타고난 데다, 대뇌 편재화 생략으로 양쪽 뇌가 고르게 발달해 양손잡이로 성장했다. 대학시절 협응력과 빠른 손재주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내향적인 성격으로 용기가 부족했다. 저자는 럭비 경기 중 상대편 선수와 충돌해 머리를 다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전전두엽이 손상됐고, 사이코패스적인 냉철함을 얻었다. 이후 다리를 순식간에 절단한다고 ‘조스’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과감하게 수술을 해치우고 어려운 수술을 익히는
우리 뇌는 몸의 감각기관들로 들어오는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뇌는 사전 정보와 예측을 통해서 일부 정보는 증폭시키고, 다른 일부는 무시해 현실을 해석한다. 즉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현실을 보는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마음은 현실을 바꿀 수 있다. 뇌를 하나의 예측 기계로 바라보고, 이 예측 기계의 작용 원리를 알고 나면, 기대 효과를 이용해서 우리의 현실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기대 효과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플라세보 효과’일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진짜 약
디지털 혁명으로 점차 개인의 익명성이 강조된다. 여기에 성과와 이익만을 좇는 사회 분위기에서 존중의 가치는 어느새 사라진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과 칭찬을 갈망하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우리가 존중의 태도를 실천할 때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포옹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여러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존중 결핍이 가져오는 ‘악의 얼굴’과 존중이 불러오는 ‘기적’을 소개한다.존중의 결핍은 우리에게 정신‧사회‧육체적 폐해를
“책에서 말하는 돌봄은 ‘사회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선다. 집 안에서 ‘고통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을 사회가 처리해 주는 대안 모색이 핵심도 아니다. 우리는 묻고 싶었다. 돌봄이 다른 질서를 상상하고 사회적 전환을 이끌어 내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여는 글 중에서)책은 제도와 복지의 관점에서 돌봄을 다루기 시작한다. 가치와 관념으로서의 돌봄으로 확장한다. 초반부는 몸의 돌봄을 다룬다. 염윤선과 박목우의 글은 질병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경유해 장애등급제와 정신의학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전근배의 글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400만 년 동안 음식 중독은 인류가 번성한 원동력이었다. 음식 중독이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게 된 것은 고작 최근 40년 동안의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로 음식이 변했다.담배나 약물처럼 음식에도 중독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한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간편식‧인공감미료‧인공향료가 장악한 현대 식단이 우리의 미각과 신진대사를 교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더 중독성 있게 만들고 있다. 햄버거 오염 보도로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마이클 모스의 《
1980년대 중반,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닐 슈빈에게 화석 연구는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실제 2004년 북극에서 목‧팔꿈치‧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을 발굴해 일약 세계적인 고생물학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 화석은 진화 연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화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틱타알릭’ 발굴 과정과 연구 성과를 담은 《내 안의 물고기》는 국립과학아카데미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화석만큼 강력한 새로운 도구와 맞닥뜨린 것도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당시 동물의 몸을 만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 주는 ‘마법의 약물’은 의학 목적뿐 아니라, 제약 회사의 큰 돈벌이 수단으로도 이용됐다. 헤로인과 코카인‧메스암페타민이 주성분인 ‘페르비틴’이 출시됐고, 독일 제약 회사들은 크게 성장했다. 강력한 마약인 페르비틴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학생‧간호사‧배우‧작가‧노동자‧소방관‧미용사‧ 운전자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에서 소비됐다. 심지어 메스암페타민이 함유된, ‘프랄린’이라는 과자가 생산되고 버젓이 광고할 정도였다
인체 형성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은 항문이다. 배아의 세포분열 초기 단계에 생성되는 ‘원구’라는 구멍을 중심으로 태아는 성장한다. 이 구멍이 태아의 항문이다. 뇌와 심장이 만들어지기 전에 항문이 태아 발달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측면에서도 항문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정신분석학 학자들은 항문기를 인간의 정신 발달 과정 중 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단계로 보았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항문기는 리비도 발달의 2단계에 해당한다. 유아가 상반된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능
이 책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은 약물 의존증 최고 권위자인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마쓰모토 도시히코가 쓴 에세이다. 처음 약물 의존증과 마주한 중학생 시절부터 아웃사이더 의대생을 거쳐, ‘본의 아니게’ 의존증 전문병원에 정신과 전문의로 발령받았다. 저자는 약물 의존증 임상과 소년교정, 법정신의학, 자살 예방 연구 등 의사로서 25년간 경험한 일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약물 의존증은 범죄가 아닌 병이고, 약물 의존증 환자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처벌이 아닌 치료와 연결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는 동물계에서 인간의 위치가 아주 높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물학자 입장에서 보면 영장류는 무성하게 자라난 거목의 한 작은 가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역사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이 등장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지구 위에 나중에 가서 덧붙여진 존재에 불과하다. 이 책 《인간의 본능》의 저자는 인간의 자리를 정의해주던 이야기를 잃은 현대인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이야기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언급한다. 저자가 《종의 기원》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책 결론에서 드러난다. 다소 시
어린이 청소년에게 온라인 세상은 ‘가상 공간’ 이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이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온라인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 아이들의 어려움이나 고민‧의문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20년 전 처음 등장한 이 개념은 아이들을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신인류인 것처럼 묘사하고, 별다른 교육 없이도 온라인 사회에 쉽게 적응할
“치매에 걸리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진 않아.”“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가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다. 나이 들수록 암보다 치매를 더 무서워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치매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책을 읽고 방송도 찾아본다. 하지만, 알아갈수록 더 두려운 치매, 그 불안은 어디에서 오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와다 히데키’ 교수는 치매 환자들을 30년 이상 진료했다. 우리가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한 두려움만 키우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과 연결돼 살고 있으면서도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외로운 감정’은 역사상 최고조다. 고독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한 감정의 역사를 파헤친 저자는 하나의 질문과 맞닥뜨린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이란 것은 현대인만의 감정일까? 수 세기 동안 그저 ‘홀로 있음’으로 여겨졌고, 내면 감정과 상관없는 그저 혼자인 상태가 어떻게 현대에는 하나의 유행병이 됐는가? 외로움은 ‘병’인가? 아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은 골수와 혈액에서 백혈병 암세포가 계속 증가하는 혈액암으로 성인 백혈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진행이 빠르고, 급작스럽게 발현한다. AML의 평균 진단 나이는 67세로 고령 환자의 비율이 높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병률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령 AML 환자는 노화로 인한 질환까지 가지고 있어 항암 화학치료 효과가 낮고, 합병증 발생 위험은 크다. 또, 백혈병 세포 자체의 염색체 이상과 분자유전 변이도 환자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환자 개인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기후변화와 대량 멸종, 삼림 벌채, 토양침식, 물 부족, 어류 자원 감소 등 삶을 위협하는 여러 시련이 놓여 있다. 눈앞에 닥친 시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과 시급한 대책,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폐해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그래서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시련들은 우리가 무엇을 실패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일까.이 책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쓴 저자 캐롤린 스틸의 문제의식은 이 지점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 지위에 놓여 있다. 비염과 허리디스크‧건선‧크론병‧망막분리‧식도염‧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제중원(세브란스병원 전신)의 초대 원장 알렌(Horace Newton Allen)의 일대기를 다룬 네 번째 자료집이 출간됐다. 자료집을 보면, 의료선교사 알렌은 발명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번 자료집에는 조선의 효율적인 난방 시스템인 온돌에 반한 알렌이 이를 열차에 적용하고자 노력한 기록이 담겼다.알렌은 1887년 9월 10일 뉴욕 특허회사 메저즈 문 앤드 컴퍼니(Munn & Co)에 ‘온돌 난방 객차’ 특허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알렌은 편지를 통해 구한말 조선에서 직접 경험한 온돌을 설명한다
세속적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삶의 원칙이던 고대 그리스인에게 식탐은 중죄였다. 고대 철학자들은 미각이 저급한 감각이라며 등한시하고 심지어 죄악시했다. 플라톤은 미각은 생존을 위한 감각이라며 생존 이외의 목적으로 미각을 사용한다면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니 경계해야 한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순서로 감각의 서열을 정해 이후 서양 철학의 전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는 4가지 체액론으로 음식과 기질의 연관성을 정리한 이후 맛에 대한 이야기는 건강과 관련된 의미로 한정되며 빈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