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유전성 당뇨병 ②
서울대병원 곽수헌 교수·건국대병원 최종한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22세 남자가 고혈당으로 병원에 왔다. 평소 정상 체중이었던 그는 지난 3개월간 체중이 5kg 정도 감소했으며 다음, 다뇨 증상이 있었다. 검사 결과 공복혈당 205mg/dL, 식후 혈당 294mg/dL, 당화혈색소 9.1%였다. 아버지가 30대 초반 당뇨병으로 진단돼 인슐린 투여 중이라고 했다. 그 외에 할아버지, 큰아버지도 20~30대에 당뇨병이 진단됐고 최근 사촌동생도 당뇨병으로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키 174cm, 체중 65kg, 체질량지수 21.5kg/㎡였다. 바로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으며, 마른 체중과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발병했고 3대에 걸쳐 당뇨병이 있는 가족력을 고려해 단일유전자당뇨병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염기서열분석 결과 간세포핵인자-1α (hepatocyte nuclear factor-1α, HNF1A) 유전자에 변이가 발견됐다. 이 변이는 아버지로부터 유전됐으며 큰아버지와 사촌동생에게도 동일하게 발견됐다. 이 변이에 의한 당뇨병은 경구약인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에 반응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슐린을 중단하고 글리메피라이드(glimepiride) 2mg 하루 1회 복용으로 처방을 변경했다. 이후 당화혈색소는 6.5%, 공복혈당 123 mg/dL로 잘 조절되었다. 가족들 역시 동일한 약제로 변경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 

발현시기와 동반증상 따라 3가지로 나뉘는 단일유전자당뇨병 

단일유전자당뇨병은 임상적으로 발현시기와 동반증상에 따라 생후 6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신생아당뇨병(neonatal diabetes mellitus), 6개월 이후부터 25세 미만에 나타나는 성숙기발병당뇨병(maturity-onset diabetes of the young, MODY), 그리고 다른 질환들이 함께 동반되는 증후군성당뇨병(syndromic monogenic diabetes)으로 분류한다.

신생아당뇨병은 출생아 9만명당 1명 정도로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며, 생후 6개월 이내에는 일반적으로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자가면역반응으로 발생하는 1형 당뇨병은 잘 발생하지 않으므로 신생아당뇨병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KCNJ11, ABCC8, INS의 변이가 가장 주요한 변이로 확인되고 있으며, 영구 신생아당뇨병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MODY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단일유전자당뇨병이다. 또 다른 단일유전자당뇨병인 증후군성당뇨병은 유전자 변이와 관련해 당뇨병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질환이 함께 발현되는 당뇨병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후군성당뇨병으로는 울프람증후군(Wolfram's syndrome)이 있는데, WFS1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현하는 질환으로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특징으로 하며 당뇨병, 청각장애, 시신경 위축, 요붕증 등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전체 당뇨병 환자 중 MODY 유병률 1.1% 확인

MODY는 가장 흔한 형태의 단일유전자당뇨병으로 소아청소년기 당뇨병 발병, 상염색체 우성의 당뇨병 가족력, 비비만형 체형, 인슐린 비의존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MODY는 1970년대 처음 임상적으로 확인된 이후 원인 유전자가 규명된 순서에 따라 MODY 1~14로 구분돼 기술했으나, 최근에는 원인이 되는 유전변이에 따라 GCK-MODY, HNF-1α MODY와 같이 명명하고 있다.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MODY로는 GCK-, HNF1α-, HNF4α-, HNF1β-MODY가 있다. HNF1α, HNF4α는 간세포핵인자(hepatocyte nuclear factor) 관련 유전자로 췌장 베타세포의 발생과 분화 및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데, HNF-MODY는 이러한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당뇨병이 발생한다. GCK-MODY는 베타세포 포도당인산화효소의 변이로 포도당에 의한 인슐린 분비의 역치가 증가해 공복혈당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ODY의 역학에 대해서는 주로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조사돼 있는데, 인구 100만명당 24~108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체 당뇨병 환자의 1~3% 정도로 예측된다. 최근 한국에서 1형당뇨병을 제외한 당뇨병 환자 2,0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1.1%의 MODY 유병률을 보여 외국의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MODY 유전자변이 검사 선별 기준 아직 정립되지 않아

당뇨병 환자 중 어떤 환자에서 MODY와 관련된 유전자변이 검사를 시행할지에 대한 선별기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립된 바는 없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MODY 환자의 임상적 진단 기준은 1) 당뇨병이 있는 가족 구성원 중 최소 1명은 진단 연령이 25세 미만이고 2) 상염색체 우성 유전 형태의 당뇨병이 3대에 걸쳐 확인되고 3) 진단 후 최소 5년 동안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았고 4) 인슐린 수치가 정상범위(혈장인슐린 ≥ 2.0 µIU/mL or 혈장C-펩타이드 ≥ 0.6 ng/mL)이고 5) 비만하지 않음(체질량지수 <25 kg/㎟) 5가지 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것이 유전자검사를 위한 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국에서 만든 MODY 계산기(diabetesgenes.org/exeter-diabetes-app/ModyCalculator)는 MODY가 의심되는 환자의 당뇨병 진단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당뇨병 치료 방법, 인슐린 치료 시작까지 걸린 기간, 당화혈색소(HbA1c) 수치, 당뇨병 가족력 등 임상적 특징을 입력하면 환자가 MODY일 가능성을 계산해주는데, 이를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선별에 활용할 수도 있다. 

MODY 치료 핵심, 유전자변이 맞춰 치료법 선택

MODY 치료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며, 그 혜택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증례와 같이 GCK-MODY의 경우 필요하지 않거나 이번 증례와 같이 HNF1α-MODY의 경우 경구약만으로 안정적 혈당조절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1형당뇨병으로 잘못 진단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고 장기간 유지할 경우 이로 인한 치료부담과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저하에 대한 부담은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HNF1α-, HNF4α-MODY는 식후혈당 상승이 특징이며 주로 사춘기 무렵에 발생하고 1형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불량한 혈당조절은 당뇨병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킨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인슐린이 아닌 저용량의 설포닐유레아 치료에도 좋은 반응을 보이며, 설포닐유레아에 저혈당을 포함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GLP-1유사체(glucagon-like peptide-1 analogs)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HNF1α-, HNF4α-MODY의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소아청소년들의 예후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HNF1β-MODY의 경우는 췌장의 형성부전과 인슐린저항성이 동반돼 있는 경우가 많아 초기 적극적인 인슐린 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GCK-, HNF1α-MODY 당뇨병 증례들과 단일유전자당뇨병은 드문 당뇨병의 아형이지만 가족력이 강하고 비만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에서 발병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2형 당뇨병과 대비되는 특성이며 이러한 환자에서는 반드시 MODY당뇨병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정확한 분자유전학적 진단이 된다면 불필요한 인슐린 치료를 중단하고 경구약만으로도 원활한 혈당조절과 더 나은 삶의 질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곽수헌 교수
서울대병원 곽수헌 교수

곽수헌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 재직 중이다. 미국 Broad Institute of MIT & Harvard에서 2년간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다양한 대사질환의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형당뇨병, 임신성당뇨병, 2형당뇨병 및 그 합병증을 주로 진료하며 임상유전체의학과에서 유전성 당뇨병, 가족성 고지혈증, 미토콘드리아 이상에 의한 당뇨병 등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청년/임신성당뇨병 TFT이사, 한국유전체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건국대병원 최종한 교수
건국대병원 최종한 교수

최종한 교수는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당뇨병과 비만을 포함한 대사질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내분비질환 진료를 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내분비학회 진료지침위원회, 법제위원회, 대한당뇨병학회 부총무, 진료지침위원회, 식품영양위원회, 보험-대관위원회, 대한비만학회 연수위원회, 정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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