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신약 개발·접근성 강화 논하는 '한국희귀질환포럼' 열려
허가·급여 문턱 낮춘 대신 사후 데이터 확인·적절 급여 설정 중요

"처음 우리 아이가 진단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 엔젤만증후군이라고 진단받지 못하고 여러 질환들을 진단받았고, 그 중 치료제가 있는 질환이라고 했을 때는 갑자기 희망이 확 솟았다가 아니라고 해 다시 땅으로 확 꺼지는 느낌이었다. 치료제가 있다는 것은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에게는 정말 목숨줄 같은 것이다. 개발돼 있는데 못 쓰는 것은 너무 냉혹하다. 실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희귀질환이 95%라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한국희귀질환재단 조애리 이사는 지난달 29일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기념해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주최, 희귀질환재단 주관으로 열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신치료제 접근성' 주제 제6회 한국희귀질환포럼에서 치료제가 있는 단 5%의 '희귀질환' 환자에게조차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내 희귀질환 치료 현실을 짚었다. 약이 개발돼 있는데 허가·급여 등의 문제로 쓰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들이 겪는 냉혹한 현실을 기억해달라는 것이 그 5%에 들지 못하는 엔젤만증후군 환우 부모인 조애리 이사의 말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김기영 본부장이 국내 무허가(오프라벨) 희귀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정식 통로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소개하며, 희귀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무허가 희귀질환치료제를 센터를 통해 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어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효정 교수가 항감각 올리브핵산체(ASO)를 RNA 가닥을 활용한 1명의 희귀질환자를 위해서조차 개발 가능한 치료제 개발 플랫폼으로 소개하며 환우들에게 절실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조명했다. 

유전자치료제 같은 고가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도 이날 소개됐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정부는 암과 중증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최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신약 24개에 신규 보험을 적용했고, 사용 범위를 확대한 게 8건이다. 전체적으로 희귀의약품이나 희귀질환치료제는 320여건 정도가 현재 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까지 된 약이라면 최대한 보험 적용을 시키기 위해서 평가 허들 등의 부분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초기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보험 급여 평가의 절차를 단축해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힘을 싣는 대신, 불충분한 데이터로 허가·급여가 이뤄진 고가 신약에 대한 사후 데이터 확인과 급여 설정 범위의 적절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이날 정부는 분명히 했다. 고가 신약을 쓴 희귀질환자에게 정부가 정한 범위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하는 방침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필요한 환자들이 있으니 일단 (불충분한 임상연구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환자군의 범위와 유지 기준을 정해서 효과가 잘 나올 만한 환자군은 당연히 계속 혜택이 가게 한다"며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들에게 정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는지 이제 확인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사후평가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어 김국희 실장은 "건강보험 등재 당시에 불확실한 측면에 대한 한계를 안고 가지만 사후적인 것에 대해 분명히 해야 나중에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면 오히려 그 부분을 더 확대할 수도 있고 효과가 없다면 또 다른 트랙을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기 때문에 환자들을 위해서도 연구나 사후 데이터를 모아서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심평원에서는 환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되지만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올해 부서(약제성과평가실)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신설된 약제성과평가실은 지난 2022년 9월 고가 신약 투여 환자에 대한 반응 평가·분석 업무를 위해 약제관리실 내에 만들어진 '신약성과관리부'의 업무를 확대, 강화한 곳이다. 약제성과평가실은 고가 신약의 성과관리 기반 마련과 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 고가 신약의 리얼 월드 데이터(실제 병원에서 고가 신약을 투여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 운영과 사후관리에 관한 사항, 고가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와 경제성 평가·재평가에 관한 사항, 성과평가 대상 의약품의 가격, 등재, 사용량 등 연구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김 실장은 "불확실하지만 효과가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원샷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를 20억원에 보험 급여를 했는데, 효과가 예상보다 없다면 그것에 대해 제약사가 페이백을 하든지, 효과가 더 좋게 나왔으면 그때 더 늘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상세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이고 앞으로 이런 고가 약제가 점점 많아질 것이기에 이에 대한 사후 데이터 확인이라든지 적절한 급여 범위 설정은 많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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