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귀 기한 끝났지만 복귀율 6% 수준
"의대 증원 결코 필수의료 살릴 해법 될 수 없다"

많은 전공의 사직자가 "처벌이 무서워 돌아가진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많은 전공의 사직자가 "처벌이 무서워 돌아가진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정부가 정한 전공의 사직자 복귀 기한이 끝났다. 병원에 돌아가지 않은 이들 앞에는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관없다"고 한다. "면허를 잃고 의사가 못 돼도 괜찮다"고 한다. 돌아가봤자 "처지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4일부터 미복귀자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이 시작된다. '집단행동'의 '주동자'는 고발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 임원과 일부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의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사직한 전공의 일부가 복귀하거나 복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일부다. 지난 29일 기준 복귀자는 560여명으로 전체 사직자 6% 수준에 그쳤다. 절대다수는 정부 압박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박단 위원장은 본인 SNS에 "잡아가라"고 적기도 했다. 처벌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청년의사 취재에 응한 사직자들 입장도 분명했다. 설령 사직을 철회하고 병원에 돌아가더라도 "면허 취소와 형사 처벌이 무서워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빅5'로 불리는 서울 지역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한 A씨는 "처벌이 무서워 복귀할 일이었다면 (정부가 예고한 기한 이전에) 돌아갔다. 무엇보다 애초에 사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정부 처분에 맞서기 위해 개인적으로 법률 자문을 받으며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지역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수련한 B씨는 "의사로 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B씨는 "나는 정부가 증원해서 살리겠다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했다. 사람 늘어서 해결될 일이면 (증원으로 전공의가 더 들어올 때까지) 병원에서 몇 년 더 버티지 면허 버릴 각오로 안 나왔다"고 했다. B씨는 사직 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로 일했다.

B씨는 "정부는 면허 취소한다, 사법 처리한다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협박한다. 하지만 병원에 남아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돼도 면허 취소와 사법 처리 위협을 받는 건 똑같다"며 "내 전공의 미래가 없다는 좌절감이 당장의 협박보다 무섭고 고통스럽다는 걸 정부는 모른다"고 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외과 계열에서 레지던트 수련한 C씨도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이 외과 등 '필수의료 살리기' 해법이 "절대 아니라고 정부에 보여주기 위해 사직했다."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힌 데는 정부는 물론 "선배 의사들의 실망스러운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C씨는 "전공의를 지키고 돕겠다고 한다. 최고의 방법은 우리처럼 행동에 나서는 거다. 하지만 안 하고 있다"며 "후배에게 할 말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면 우리가 선배에게 돌려줄 말도 '그럼 우리도 할 수 없다' 뿐이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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