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희귀질환의 날 맞아 국회 토론회서 어려움 토로
"장애인 해당되지 않아 학교 생활 안정적 도움 못받아"
"희귀질환자도 아이 가질 수 있는 희망 줬으면"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열린 ‘Voice of Rare Diseases - 대한민국이 알아야 할 희귀질환자들의 삶’ 행사에서 중증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장애활동지원사와 유사한 ‘중증희귀질환지원사’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공공의료센터 권용진 교수, 차여성의학연구소 대구 산부인과 강인수 교수, 서울아산병원 유전의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청년의사
서울대학교 공공의료센터 권용진 교수, 차여성의학연구소 대구 산부인과 강인수 교수, 서울아산병원 유전의학센터 이범희 교수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청년의사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24년 세계 희귀질환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희귀질환자들의 특성에 맞는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희귀질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진도 대담을 통해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며, 정책 제언을 내놨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우의 아버지인 권영대씨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인해 장애를 겪지만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난치성질환자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특수학급 배정, 도우미 선생님 배치 등 학교생활에서 안정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장애인 등록증이 필요하지만, 장애인 복지법상 장애인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희귀질환 그 자체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고,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중증희귀질환자들을 따로 분류해 그들을 지원하는 ‘중증희귀질환지원사’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중증희귀질환을 장애에 포함하기에는 현실적, 제도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중증희귀질환자들을 따로 분류해 장애인 등록 제도와 유사한 등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활동지원사처럼 중증희귀질환지원사를 만들어, 별도의 제도로 중증희귀질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는 희귀질환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사회의 정서적 지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상담이 중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짧은 진료밖에 할 수 없다”며 “전문 상담이 공식적인 의료체계 안에 들어와,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내고 진단 이후 국가 지원 정책,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막디스트로피 환우 문진욱씨는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임신부터가 난관인 희귀질환자들의 현실을 공유했다.

문씨는 “PGD(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착상 전 유전 진단) 시술로 유전자나 염색체의 이상을 배아 초기 단계에 점검해 병의 유전을 차단할 수 있지만, 융전 가능성이 확인된 병이라도 정부가 지정한 착상 전 유전 진단 대상이 아니면 PGD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며 “희귀질환자 부부들이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여성의학연구소 대구 산부인과 강인수 교수도 문진욱씨의 주장에 공감했다. 강 교수는 “생명윤리법 제정으로 배아 및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 질환은 209개인데, 이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유전질환은 검사를 위해 추가 신청이 필요하다”며 “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요즘은 만혼이 많아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이 된 이후 양수 검사 등을 통해 태아의 유전질환을 검사하는 것보다 배아 상태일 때 유전질환을 검사하는 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낫다”며 “PGD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 배아 상태일 때 검사할 수 있는 질환이 훨씬 많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PGD는 유전병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 희귀질환자의 유전질환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는 ‘치료’”라고 덧붙이며 PGD 허용 범위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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