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산부산대병원 전종근 희귀질환센터장 上편
희귀질환 전문기관 지정 통해 환자 관리역량 강화 기대
“자조모임 참여 등 의사 스스로 질환에 관심 갖도록 지원”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 29일’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들이 겪는 경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간 국내에선 5월 24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기념했지만 지난해 희귀질환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2월 마지막 날로 일원화됐다. 마침 올해는 2월 29일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 부재와 부정적 사회 인식으로 인해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최근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진단 방법과 치료제가 차츰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질병관리청의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 지정이다. 올해 선정된 17개 기관은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질환자 진료, 희귀질환 관리에 대한 연구, 희귀질환 등록통계 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향후 더 나은 진단 및 치료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경남권역 희귀질환 거점센터를 이끌고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전종근 희귀질환센터장(소아청소년과)을 만나 희귀질환 거점센터 및 전문기관의 역할, 희귀질환자가 겪는 어려움,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 등에 대해 들었다.
- 양산부산대병원 희귀질환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양산부산대병원 희귀질환센터는 2019년 2월 희귀질환 경남권역센터로 선정된 이래 경남과 울산지역을 아우르는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권역 내 희귀질환의 관리를 위해 희귀질환진료 협력 네트워크 구축, 희귀질환진단지원, 희귀질환 전문 인력 양성 및 희귀질환 대상 교육, 심리정서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제1기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희귀질환자들에게 더욱 특화되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 경남·울산 지역의 유일한 희귀질환센터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센터에 의지할 것 같다. 센터를 방문한 환자 수는 어느 정도이며, 주로 어떤 환자들이 방문하는가?
2022년 한 해 총 7,519명의 환자가 센터를 다녀갔다. 등록된 희귀질환 수는 471개에 달한다. 희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센터를 방문하기도 하고, 극희귀질환자와 기타염색체 이상질환 환자들은 산정특례 등록과 체계적 관리를 위해 내원하고 있다. 특히 유전성 희귀질환 의심 환자와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희귀질환 관련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권역 내 여러 병원으로부터 의뢰가 온다.
- 희귀질환 경남권역센터로 지정된 지 6년차를 맞이했는데 그간의 성과를 꼽아본다면?
희귀질환 진료협력 체계 강화를 주요 성과로 꼽고 싶다. 지역병원과의 희귀질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의 회송과 의뢰를 활성화했으며, 희귀질환 통합진료센터와 희귀질환 전문클리닉 운영을 통해 전문가 협력 진료, 유전상담 활성화에 기여했다.
권역 내 희귀질환 전문 의료인력 양성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희귀질환 전문 인력은 많지 않기 때문에 인적 풀 형성과 재교육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관 내 희귀질환 교육프로그램 및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희귀질환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정기적인 희귀질환 교육과 환우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가부키 증후군을 지닌 국내 환자들의 환우모임도 본원에서 처음 시작됐다.
- 지난 2월 제1기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에 지정됐다. 어떤 점이 달라지며, 환자들은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존에 권역별 희귀질환 거점센터가 총 12곳 있었는데 올해부터 전문기관 체제로 전환돼 총 17곳으로 확대됐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희귀질환자 진료 및 등록 통계 사업과 질환 연구를 수행하며 희귀질환자에 대한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케어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센터의 개념을 기관으로 격상한 것이며 이에 따른 희귀질환 관리역량과 전문성도 강화됐다. 비교적 새롭게 알려진 희귀질환자들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유전 상담 기능도 강화될 전망이다.
- 센터는 매년 질병관리청 사업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A+를 받고 있는다.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인적 인프라 양성이 센터의 우수한 성과 달성의 노하우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희귀질환 진료는 임상과 의료진 1명이서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없는 영역으로, 전문가 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이 요구된다. 희귀질환자가 겪는 다양한 증상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 의뢰가 필요한데 질환에 대한 사전 이해나 교육이 부족한 경우 의료진이 전문적 진료를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희귀질환 진료협력체계를 잘 구축해 나가고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본원은 희귀질환 교육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의료진이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환우 모임에도 의료진이 참석해 하나의 희귀질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서로 교차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희귀질환의 경우, 의료진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본인 역시 2009년부터 본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희귀질환 환우모임 덕분에 다양한 각도에서 희귀질환을 보게 됐을 뿐만 아니라 애착 또한 갖게 됐다.
- 병원과 센터가 희귀질환자 자조모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
희귀질환자들은 진단을 받고 나면 동일한 질환을 가진 환자가 국내에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한다. 대부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연결된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얻지만 정확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최근에 알려진 희귀질환들에 관해서는 정보가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본원에서는 원내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환자교육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최신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교육이 환우들에게는 첫 번째 대면 모임이 되는 것이다.
- 앞으로 센터를 통해 추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서 지역 완결형 희귀질환 의료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 이미 거점 센터사업을 통해 일정 수준의 희귀질환 인프라를 구축했으므로, 이제는 그 기반을 더욱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전문치료 역량을 강화하고, 희귀질환 진료와 연구, 인력 양성의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예방, 치료, 정서적 돌봄 등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중심으로 연속적 관리가 가능한 체계를 구현하고 싶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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