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치료에 PARP억제제 급여 논의, 수년째 지지부진
'린파자', '아키가' 등 치료제 있어도 환자에겐 '그림의 떡'

예후가 불량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이하 mCRPC) 치료에 최근 PARP 억제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장하며 생존률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얀센 '아키가(성분명 니라파립/아비라테론)' 등 쓸 수 있는 치료제는 이미 국내에도 있지만, 보험 급여를 받기까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것. 제약사와 정부가 나몰라라 하는 사이 기다림은 오로시 환자들의 몫이 돼 버렸다.

현재 국내에서 전립선암 치료에 쓸 수 있는 PARP 억제제는 '올라파립'과 '니라파립' 두 가지 성분 제제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라파립 단독 제제인 '린파자'를, 얀센은 니라파립과 아비라테론 복합제인 '아키가'를 mCRPC 치료에 허가 받아 판매 중이다.

린파자의 경우에는 전립선암은 물론이고 난소암, 유방암, 췌장암 등 다수의 적응증을 확보해 이미 국내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지만, 아키가는 작년 9월 식약처 허가 이후 출시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

아키가의 국내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아키가는 항암화학요법 치료경험이 없는 BRCA 변이 mCRPC 환자에서 '프레드니솔론'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았는데, 아키가 성분 중 하나이자 급여 심사 시 비교군으로 쓰이게 되는 '아비라테론'이 현재 국내에서 이 치료 단계에 선별급여(30/100)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린파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린파자 역시 항암화학요법 치료경험이 없는 mCRPC 환자에서 '아비라테론 및 프레드니솔론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았다.

결국 기존 '아비라테론 + 프레드니솔론' 병용요법의 완전급여(5/100)로의 전환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PARP 억제제의 급여 심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 한미약품이 아비라테론 제네릭을 출시해 가격을 크게 낮추며, 정부가 mCRPC 치료에 대한 아비라테론의 완전급여 전환을 고려하기가 한결 수월해진 상황이다.

다만 아비라테론의 선별급여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PARP 억제제의 급여 심사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PARP억제제가 이미 다른 암종에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고, 각 암종에서 쓰임새가 달라 기존의 약가 책정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기 힘들다는 게 제약사의 주장.

실제 린파자를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22년 mCRPC 치료에 급여 신청을 진행해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소위 단계에서 위험분담제(RSA)에 대해 논의하다 협의가 결렬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의 사용 확대와 더불어 PARP 억제제와 같이 다양한 암종에서 사용되는 항암 신약이 늘어남에 따라 급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가장 대표적으로 '적응증별 약가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코드 신설 등 건강보험 청구 체계 변경에 필요한 행정 비용 소요는 물론이고, 암종별로 본인부담 비용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환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제약사가 좁혀지지 않는 논쟁을 지속하는 사이 국내 전립선암 환자들은 이미 수년째 PARP억제제의 치료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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