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중재·협의 무산에 짙어진 교수들의 한숨
"의대 학장 손 떠난 게 아니라 손 놓은 것" 비판도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조차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자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수들은 전공의 사직으로 늘어난 진료 부담보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희망이 사라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28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설마 (KAMC 총회까지) 그렇게 끝날 줄 몰랐다.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셈"이라고 했다. 현장 상황을 두고 "출구가 안 보인다. 오늘만 지나 보자, 몇 시간만 견뎌 보자, 그럼 뭔가 (해결책이) 나오겠지' 했는데 이제는 버텨낼 힘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상급종합병원 외과 B교수는 "현장 기대를 모르지 않을 텐데 최소한 의대가 일치단결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메시지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 사회의 중재나 협의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의료계 처지"가 진료 부담보다 힘들다고 했다.

B교수는 "진료는 수술 일정을 조율하고 환자를 (일반 병동이나 2차 병원으로) 보내서 어찌저찌 넘기고 있다. 오래는 못 가더라도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버티며 시간을 벌면 그사이 어떤 방책이 나오리라 믿었다"며 "(의대 학장) 손을 떠난 게 아니라 손을 놓은 거다. 나중에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와도 교수들이 무슨 낯으로 대하겠느냐"고 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C교수 역시 "정부가 미는 대로 의료계가 밀려 나가는 무력감이 더 아프다. 우리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해) 해줄 게 없다"고 털어놨다.

C교수는 "우리는 애초에 전공의와 전임의가 없다. 원래도 교수들이 다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교수들조차 없어질 수 있다.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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