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대화 제안에 전공의들 '냉담'
전공의 '범죄자 취급'한 정부에 신뢰 없어

정부가 전공의와 대화하겠다고 나섰다. 자리를 마련했고 "기다리겠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했다.

지난 28일 오후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전공의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이날 전공의들에게는 '사직도 임용 포기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련병원의 안내 메시지도 전달됐다. 정부가 내린 진료유지명령 때문이다. 박 차관은 공익을 위해 전공의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다며 불복하면 '사법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당사자다.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복귀 기한으로 지정한 29일을 앞두고 대화를 제안했다. "집단행동과 별개니 우려하지 말라"고 했다. 전공의들 반응은 싸늘하다.

경남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A씨는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마치 범죄자를 선처해 주겠다는 태도"라고 했다. 정부가 사태를 초래하고 "책임은 모두 전공의에게 떠넘긴다"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A씨는 "전공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야 전공의들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경기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B씨는 "(협상 상대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상대를) 회유하겠다는 접근법"이라고 평했다. B씨는 "의과 대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를 (전제로) 두고 대화하지 않으면 전공의도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청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C씨는 대화하고 싶어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C씨는 "정책을 폐기한다 안 한다 수준이 아니다. 전공의와 대화하겠다는 정부 시도 자체가 신뢰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화의 '수준'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C씨는 "박 차관이 전국 전공의와 대화하겠다고 불러냈던 지난 12월 간담회 수준을 생각하면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부터 든다"고 했다(관련 기사: 정부, '필수의료 살리겠다'고만…"홍보용이냐" 실망한 전공의들). 그는 29일 박 차관과 대면 모임에 "갈 생각은 당연히 없다"고 했다.

전남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D씨는 "막말로 대화 나갔다가 잡혀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며 다 잡아들이겠다고 협박하더니 갑자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 사람을 바보로 아느냐"고 했다.

일부 전공의가 복귀했다면서 전공의 사회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는 시각에는 "정부 희망 사항을 선전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D씨 역시 "전공의 사이에 동요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E씨도 "우리 병원은 (29일을 넘기고) 다음 주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했다.

전공의 사회 분위기는 병원 복귀가 아니라 아예 '포기'로 흘러가고 있다고도 했다.

E씨는 "일반의로 진로를 바꾼다는 인턴도 있고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을 알아본다는 사람도 많아졌다"면서 "예전에는 '못 해 먹겠다 미국이나 가자'가 자조적인 농담이었다. 이제는 진지하다. 한국에서 의사 생활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합의와 상관 없이 (병원을) 나가겠다는 전공의가 많아지고 있어도 다수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전공의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등 요구사항이 수용돼) 병원으로 돌아가게 되리라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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